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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분규 파국 향해 질주

중앙 0 13012 0 0
김남길 한인회장과 이세중 이사장의 동반사퇴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
던 한인회 분규사태가 이제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번복한 김 회장은 다음날 긴급이사회를 소집' 신임 이사를 영
입하는 등 새로운 체제로 한인회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반면' 두 사
람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일부 임원 및 이사들은 ‘권한대행체
제’로 한인회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즉 양측이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하
는 한인회와 권한대행체제 하의 한인회 등 두개의 한인회가 당분간 공존
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묘순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김대환 부이사장' 백헌명 부회장' 이희준 이
사' 조순길 이사 등은 4일 오후 1시 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전회장과 이 전이사장이 11월2일 자진사퇴함으로써 정관 14조2항에 의거'
수석부회장이 회장권한을 대행하게 됐다”고 발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한인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이사장은 “김 회장은 정기이사회 석상에서 자진사퇴한 것이기 때문
에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강조하고 “만약 전 한인회장이 이와
관련 어떠한 액션을 취한다면 법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조순길 이사는 “큰 단체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책임감이 중
요하다”고 말하고 “김 회장은 특히 이사들을 100%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
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회장은 이날 오후 7시 긴급이사회를 열어 백헌명 부회장과 김대
환 부이사장을 해임시키는 한편 하형표' 김선유' 이정미' 토머스 리' 정난
이 씨등 5명을 신임이사로 그리고 알렉스 리 씨를 신임 부회장에 임명했
다.
김 회장은 “백 부회장은 나를 폭행' 이가 부러지게 하는 등 부상을 입혔
으며 해병대를 만기제대한 내가 해병대를 나오지 않았다고 허위사실을 유
포하고 다녔고 그동안 회장을 불신하는 언행을 해왔다”고 말하고 “김 부
이사장은 정관상 부이사장의 자격조건으로 샌디에이고 카운티에 5년 이상
거주한 자로 명시돼 있는데 이 조건에 미달하며 부이사장은 회장과 이사
장 사이에 불화가 났을 경우' 이를 조정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이사장 편만을 들었다”며 두 사람의 해임안을 상정' 참석이사 11명 중 10
명의 찬성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김 회장은 “지난번 사퇴선언은 이세중 이사장이 안경열 이사를 공격' 흥
분한 끝에 발생한 해프닝”이었다면서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한인 동포
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퇴안 처리 절차의 합법성 문제

김남길 한인회장과 이세중 이사장의 동반사퇴건 처리의 타당성 여부가
현 한인회 분규의 새로운 핵으로 등장할 조짐이다.
김 회장과 이 이사장은 지난 2일 열린 정기이사회 도중 돌연 같이 사퇴키
로 합의하고 공식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의 사퇴선언에 이어 곧 김
대환 부이장은 의사봉을 세번 두드려 이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과정 중 두 사람의 사퇴건이 이사회에 정식으로 상
정돼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김 회장의 경우' 다음날 사퇴를 번복했기
때문에 사퇴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렉스 리 씨는 “한인회장이 사임하기 위해선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후 통과돼야 하는데 2일 이사회에서는 이같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일진 전 한인회장은 “한인회장은 이사장이나 다른
이사들과 달리 교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직책이어서 이사회에서 함
부로 해임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사람은 공식 석상에서 자진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확실한 효력
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덕 한우회장은 “자진해서 사퇴했는데 이사회에서 더 이상 무슨 토론
이 필요하냐”고 반문하면서 자진사퇴의 효력을 당연시했고 김대환 부이사
장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역시 ‘자진사퇴’의 효력을 강조하면서 “김
회장은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 전회장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 이준석 변호사는 “임원의 사퇴여부는 정관이나 회
칙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규정이 없을 경우' 일반
적인 법인은 이사회의 상정과정을 거치는 것이 상례”라고 밝혔다.
공병욱 변호사는 “공식석상에서 구두로 사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어떻
게 해석하는가가 문제가 되겠지만 비영리단체도 적용되는 가주 기업법의
관련규정은 반드시 서면으로 사퇴의사를 밝히게 돼있다”고 말했다.

한인회 분규 어디로 가나


김남길 한인회장과 이세중 이사장의 불화로 시작된 한인회의 분규가 마
치 두대의 기관차가 서로 반대쪽에서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처럼
끝이 뻔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제 27대 한인회가 출범한 이후 주요 사안마다 매번 서로 부딪
쳤으며 이런 갈등이 임원 및 이사들 사이의 반목으로 확대돼 결국 샌디에
이고 한인회 역사상 처음으로 두개의 한인회가 서로 공존하는 이상한 모양
새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역시 김 회장이
다. 김 회장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회장으로서의 리더십 부재와 상대방을
껴안는 포용력이 부족해 이같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에 이론을 제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이사장의 주장처럼 원칙에 위배되는 독선적인 한인회 운영이 이
같은 화를 불러온 것이다.
이 이사장이 져야 할 책임 또한 김 회장 못지 않다. 한인회 정관은 이사
장을 ‘이사회의 의장으로 회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한인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행부와 사안마다 대립하기보다는 상정된
안건을 심의하는 이사회를 주재하는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사태가 이같이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집행부와 이사들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각자의 입맛대
로 회장파와 이사장파로 나눠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서로 내가 옳다고
주장만 해 이번 사태에 대해 ‘방조죄’를 지은 셈이다.
이번 한인회 분규는 지역의 유지들과 전직 한인회장단 사이에서도 편이
갈리는 원인을 제공해 전체 한인 커뮤니티의 분열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이제는 이를 현명하게 수습하는 단계만을 남겨 놓
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방을 불신하고 비난하기보다는 냉정한 입장에
서 한인회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번 힘을 써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룰을 중요시하고 어떤 의사결정에 앞서 이
결정이 향후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도 미리 고려할 줄 아는 합리적인 단체
운영과 회의진행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장이나 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한인회 관계자들이 말 끝마다 입에 담는
“한인회는 봉사단체지 권력단체가 아니다”라는 말이 진리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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