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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피로, 치료가 필요하다

sdsaram 0 2960

풀리지 않는 피로, 치료가 필요하다

생리적·일과성 피로, 휴식으로 회복
쉬어도 6개월 이상 되면 만성피로
이유 없는 '증후군' 건강보험 적용

보건복지가족부 김모(40) 사무관.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발(發) '얼리 버드(early bird) 열풍'이 불면서 작년까지 6시30분이던 기상시간이 2시간이나 앞당겨졌다. 그렇다고 퇴근시간이 빨라진 것도 아니다.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도 출근하는 날이 더 많아, 1주일이 진짜 '월화수목금금금…'처럼 느껴진다. 하루 4시간 수면으로는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다. 종합비타민제 복용을 시작했지만 나른하고 의욕도 떨어지는 증상이 2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근처 가정의학과의원을 찾아 그간의 증상을 빠짐없이 나열했지만 의사는 "푹 쉬세요"라는 말뿐 뚜렷한 처방이 없다. 만성피로엔 약도 없는 것일까? '병가(病暇)'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직장인이건 주부건 학생이건 노인이건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과로와 음주, 흡연, 수면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로 수 십 년째 고통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그러나 의학적 만성피로는 일반인이 말하는 그것과 조금 다르다. 의사들은 일상생활을 못할 만큼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피로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만을 만성피로 '환자'로 본다. 여기서 '피로의 지속'이란 피로가 풀렸다 회복됐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나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고 계속되는 상태다. 이런 만성피로가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면 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 내 부종'은 물론이고, 심리적 초조함이 지속돼 직장과 가정 내 불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의학적 만성피로 환자'가 200만 명에서 많게는 700만 명까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단순히 피곤한 사람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 1단계, 생리적 피로(피로한 느낌)


운동이나 육체적 과로, 불충분한 수면 등이 원인이다. 생리학적으로는 근육이 피로해지는 개념인데, 몸을 움직이면 에너지 소비와 함께 피로 유발물질인 젖산이 축적돼 신체적으로 피로를 느끼게 된다.


신체 활동은 적더라도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면 에너지 활용도만큼 피로도가 높아진다. 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몸 속 세포와 DNA를 공격하는 활성산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피로가 풀릴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 2단계, 급성피로(일과성 피로)


피로한 증상이 1개월 미만 지속되다 저절로 회복되는 상태다. 병에 걸렸다 회복되는 단계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데, 감기나 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렸다 회복되는 과정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그 밖에 춘곤증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2~3주 가량 신체 적응과정에서 느끼는 급성피로도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엔 추위에 견디기 위해 '코티졸'이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봄이 되면 코티졸 분비량이 줄면서 몸이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피로감을 느낀다. 수면제 등 약물 과다복용과 부작용 때문에 급성피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급성피로는 대부분 원인이 명확하므로 휴식과 함께 음식 및 약물의 조절이 필요하다.

 

>> 3단계, 지속성 피로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 사실상 '병'이다. 불충분한 수면과 과로 등으로 인해 피로회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생기는데 이때부터는 면역력까지 떨어져 피로하다는 증상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된다. 또 피로감뿐 아니라 작업능력도 조금씩 떨어지며, 갑자기 뒷목이 뻐근한 통증이 생기는 것도 일반적인 증상이다. 정신적 피로감, 권태감, 무력감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2~3일의 짧은 휴식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피로를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병원에 가면 약 처방 없이 대부분 충분한 휴식과 식이조절을 권하는데 음주, 흡연, 커피를 줄이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든 음식 섭취가 좋다.


>> 4단계, 만성피로


충분히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상태가 되면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작업능력이 떨어진다. 만성피로가 생기는 원인은 우울증·불안 등 정서장애가 40~45%로 가장 많고,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약 20%, 암이나 당뇨병과 같은 신체질환 약 20% 정도다. 나머지 10~15%는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분류한다.


신체 질환으로 인한 피로는 푹 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증상이 호전됐다 오후가 되면 증상이 심해진다. 정서장애에 의한 피로는 쉰다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아침에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며 기분에 따라 피로 증상이 천차만별이다. 신체 질환이 원인이면 그 병을 먼저 치료해야 하며, 정서장애 환자는 항우울제 처방과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면 효과가 있다.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사람 중 주 2회 이상 음주자나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는 가장 먼저 술·담배를 끊어야 하며, 복용 중인 약과 건강식품 조절, 운동요법 등 생활치료를 시행한다. 이렇게 해도 피로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입원 후 약물처방과 함께 안정을 취하는 방법을 쓴다.


>> 5단계, 만성피로증후군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해도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 만성피로가 나타나는 상태다. 일상적인 활동이나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심한 경우 샤워만 해도 1시간 정도 누워있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이런 환자가 우리나라에 40~50만 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미국질병통제센터(CDC)의 진단기준을 적용하는데 ▲기억력과 집중력 장애 ▲목 안쪽이 아픈 인후통 ▲목, 겨드랑이가 붓고 아픈 임파선 압통(壓痛) ▲두통 ▲팔다리가 아픈 관절통 ▲목줄기와 어깻죽지 근육통 ▲잠을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느낌 ▲운동 후 극심한 피로감 등 8가지 항목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로 본다. 피로의 원인은 모르지만 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특발성(特發性)만성피로'로 분류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과 관련해선 만성 감염(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자율신경계 장애, 신경호르몬 이상,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 물질,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실치 안다. 원인이 불분명하니 치료도 대증(對症)치료에 머물고 있다. 균형 잡힌 식사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케 하고, 카페인·당분·지방이 많은 음식은 제한하며, 적절한 운동으로 몸의 면역력을 키우게 하는 정도다.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 복용을 권하며, 감염성 질환을 막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나 면역 강화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료 효과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미국정신의학저널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은 1~2년이 지나도 34% 정도만 회복되고, 20%의 환자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 한편 지난 8일 정부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질병으로 인정,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 도움말=신호철 강북삼성병원 만성피로클리닉 교수,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황환식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병성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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