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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 홍사헌 후원하는 어윙스 부부

중앙일보 0 9366 0 0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있는 한인 청소년을 백안의 노부부가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어 점차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훈훈한 미담을 선사하고 있다.
 텍사스 포트워스에 소재한 TCU(텍사스 크리스천 유니버시티) 음대 3학년에 재학중인 홍사헌군은 올해 14세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이제 고등학교를 다니며 천진난만하게 미래를 꿈꿀 나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12살 생일이 갓 지나 이 대학에 입학했다.
 한빛교회 교육목사인 홍명유씨와 부인 활란씨 사이의 차남인 홍군이 큰형·큰누나 뻘의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뛰어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대학 음대학장인 존 오윙스 교수 부부의 각별한 애정과 후원 때문. 더욱이 이들 부부가 없었더라면 홍군은 어린 나이에 대학진학은 물론 피아노마저 그만 두었을지도 모를 사연이 있다.
 94년 서울에서 태어난 홍군이 피아노에 입문한 것은 4살때. 피아노 강사였던 이모에게 어깨너머로 바이엘부터 배우기 시작, 금새 예사롭지 않은 재능을 발휘했다. 별다른 교육을 시키지도 않았지만 여러 유명 콩쿠르에 나가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다.
 홍군이 어윙스교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의 일로 당시 아버지 홍목사는 신학공부를 위해 가족과 함께 도미, 텍사스에 정착했는데 홍군의 피아노 교육을 위해 수소문 끝에 어윙스 교수에게 사사를 받게 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지닌 어린 제자를 향한 노교수 부부의 끝없는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홍군 역시 이때부터 피아노를 삶의 목표로 설정하고 공부에 전념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목회지 이동으로 인해 어윙스 교수와의 인연은 중단되는 듯 했다. 2004년 홍목사는 가주로 이주하면서 홍군 역시 함께 오게 됐는데 새로운 선생님들의 교습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급기야 피아노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제자가 피아노에 대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던 어윙스 교수부부는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 매일 전화와 이메일로 상담을 자처했다. 그러던 중 결국 자신들이 홍군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보내왔다. 홍목사 부부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어렵지만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고 교수는 곧바로 법적 보호자 절차를 밟았다. 교수 부부가 홍군을 맡기 위해서는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책임졌다.
 텍사스로 건너가 6학년을 다니게 된 홍군은 수준 차가 많이 나는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한편으로 인종차별까지 당하기도 했다. 이에 어윙스 부부는 불같이 화를 내며 즉각 학교에 항의한 후 홍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 등 다른 대안을 찾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TCU 대학에 청강을 문의하게 됐다. 대학 측은 홍군을 엄정하게 심사한 결과, 뛰어난 재능을 인정해 입학을 허락했다.
 이후 홍군은 어윙스 교수의 도움으로 4년 장학혜택까지 받게 됐으며 졸업 후에는 줄리어드 음악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세운 채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집에서도 어윙스 부부는 어린 홍군이 외롭지 않도록 애쓰는 한편 불고기, 김치를 만들어 줄 정도로 깊은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음악적인 견해를 서로 나누고 발전을 위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어윙스 교수에 대해 홍군조차 “나는 절대로 흉내 내지 못할 일을 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늘 고맙고 존경스럽다”고 고백한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어린 제자를 그저 사랑할 뿐이라는 어윙스 교수는 ‘아낌없는 후원’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실천하고 있는 귀감이다.
 서정원기자

 <사진설명>
  14세 대학 3년생인 음악영재 홍사헌군을 자처해 돌보며 ‘진정한 후원’을 실천하고 있는 존 어윙스 TCU 교수 부부와 홍군이 자택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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