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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투자한 호텔이었는데…” , 샌디에고 한인부부 참극

한국일보 0 8292 0 0

최근 “힘들다, 큰일났다” 어려움 토로… 최영덕씨 부부 지인들 큰 충격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 쉬지 않고 전력투구해온 사람들이었는데…”

평생 모은 돈이나 다름없는 거금 600만달러를 투자해 사들인 호텔이 최근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불황으로 운영난에 처하자 고민 끝에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영덕(67)씨 사건을 접한 가족 및 친지들은 엄청난 충격과 슬픔에 빠진 채 서로를 위로하며 사건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최씨 부부의 외동딸(샌호제 거주)은 ‘어머니 날’(10일)을 부모와 함께 보내려고 비행기 표까지 미리 구입, 7일 남편과 함께 샌디에고 방문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독일에서 광부생활을 하면서 고생했던 최씨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1970년대 중반 가족과 함께 도미, 애나하임을 거쳐 샌호제로 이주했으며 2002년까지 북가주에서 마켓과 모텔을 운영하며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샌디에고로 다시 이주한 최씨는 객실 70개 규모의 모텔을 구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다 지난해 2월 한인 J모, K모씨 등과 함께 샌디에고 요지의 ‘할러데이 인 익스프레스’(객실 202개, 건평 10만2,000스퀘어피트) 호텔을 2,400만달러에 매입, 사업을 확장했다.

최씨의 한 지인은 “모텔을 팔아서 생긴 수익금과 50%를 다운페이하고 구입한 주택을 담보로 얻은 융자금 등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600만달러를 호텔에 올인했다”며 “한때 사업이 잘 돼 모든 객실 안에 32인치 TV를 설치하는 등 비즈니스가 순풍을 타는 듯 했지만 최근의 극심한 불경기로 심한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평소 지역사회 노인단체에 기부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선행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지인들은 밝혔다.

최씨는 얼마 전 한 지인에게 “굉장히 어렵다. 비즈니스가 계속 안 될 경우 큰 일이 나겠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신상담 전문가는 “문화적 특성상 내면의 문제나 고민을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 한인들 역시 경제 불황으로 정신적으로 크게 피폐해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샌디에고-최갑식 기자>

샌디에고 인근 스크립스 랜치의 자택에서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영덕(67)씨의 시신이 옮겨지는 모습을 한인 친지들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최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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