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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앓고 있는 오세윤씨 영광의 졸업장

중앙일보 0 7833 0 0

지난달 29일 TERI 아카데미 졸업
언어, 문화, 풍습의 장벽 딛고 일어서

지난달 29일 오션사이드 소재 장애우 특수교육기관인 TERI(Training Education and Research Institute) 아카데미에서는 아주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단 4명의 졸업생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그 어떤 학교의 졸업식보다 큰 감동을 참석자 모두에게 선사했다. 21세의 한인 청년 오세윤씨도 이 자리에 졸업생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서있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졸업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은 오씨는 후천성 자폐증을 겪고 있는 장애우다. 1987년 한국에서 태어난 오씨는 유아시절 영재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생후 33개월 때 심한 감기를 앓고 자폐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유복한 편이었던 오씨의 부모는 오직 오씨의 치료를 위해 매달리게 된다. 특히 어머니 차유자씨는 오씨를 위해 안 해본 것이 거의 없다. 좋다는 약은 다 찾아 먹였고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녔다.

미국으로 이민 온 것도 오로지 오씨의 치료를 위해서였다. 미국의 장애우 복지시설이 한국보다는 훨씬 우수할 것이라는 생각에 1998년 온 가족이 도미했다.

그러나 낯설은 미국생활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더구나 미국에 오면 잘 도와주겠다던 사람이 더욱 그를 이용했고 영주권을 미끼로 접근했던 브로커들에게 속아 그 어려움은 배가 됐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파웨이 교육구 학교들의 장애우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이 기대했던 것을 훨씬 밑돌았다. 언어와 문화 등 주변 환경이 한꺼번에 급변했으나 장애우 교육자격을 갖춘 전문교사의 올바른 지도가 이뤄지지 못해 오씨의 적응은 더딜 뿐이었고 결국 거의 매년 학교를 옮겨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차씨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장애우 자녀를 둔 미국인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교육구에 오씨에게 맞은 교육 프로그램의 도입을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마침내 2005년 오션사이드에 있는 TERI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파웨이 교육구 역시 오씨가 만 21세가 될 때까지 모든 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1980년 설립된 TERI 아카데미는 장애우들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으로 오씨는 이곳에서 특수교사와 1:1 수업을 통해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집중력도 높이게 됐다. 이후 이 학교에서 4년 과정을 마친 오씨는 드디어 지난달 영광의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눈물로 뒷바라지해 온 어머니 차씨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해 7월 이미 만 21세가 넘은 오씨에게 파웨이 교육구로부터의 지원이 끊겼으며 현재 받고 있는 오션사이드 시정부의 지원도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태다. 오는 8월 중순경 현재 등록돼 있는 서머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오씨는 TERI 아카데미의 성인 프로그램에 등록할 계획이지만 보다 안정적으로 교육받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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