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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눔, 큰 기쁨

중앙일보 0 6881 0 0
오랜 경기침체로 너나없이 힘든 가운데 작지만 꾸준한 ‘나눔’을 베푸는 개인, 가족, 교회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고교 11학년생인 그레이스는 방학동안 ‘헌 책가방(백팩) 모으기’를 주도하고 있다. 작년 여름방학에 고아원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엘살바도르에 갔던 그레이스는 그곳의 고아들이 허름하고 낡아빠진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가방을 모아 보내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것.
그레이스는 “우리는 풍요로운 곳에서 살고 있지만 세상 저편에서는 아이들이 상상도 못할 궁핍 속에서 지낸다”며 “학생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가방 모으기를 착안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드러내놓고 하는 것에 대해 작은 오래라도 있을까봐 지금까지는 소극적으로 주변 친구들과 교회, 클럽을 통해 가방모으기를 진행해 왔다. 100여개의 가방이 모이면 쓸만한 것을 골라 깨끗이 빤 후 고아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칼스배드 인근 공터에는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샌드위치 가족’이 나타난다. 힘없이 기대어 있던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집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와 커피는 눈깜짝할 새에 동나 버린다. 여전히 배고픈 이들을 위해 연신 잼을 발라 주느라 분주한 모습. 지후네 가족이 지난해 8월 부터 봉사해 오고 있는 모습이다. 중학생인 지후는 “늦잠이라도 자고싶다가도 아저씨들이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진다”며 “나누는 기쁨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한다.
지난 달까지 모 레스토랑에서 빵을 지원해 줬지만 지금은 지후네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풍족한 살림이 아니라 늘 걱정많은 지후 어머니는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줄 수 없다는 사실만이 안타까울 뿐인데 다행히 최근 콘보이의 한 빵집에서 빵을 도네이션 하고싶다고 연락해와 더욱더 신이 난 참이다.

# 엘카혼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서는 6개월째 주일마다 ‘푸드 드라이브’ 광고가 나간다. 담임목사는 “방학이라 무료급식을 못받는 아이들이 샌디에이고에서도 18만명이 넘는다”며 “나 역시 마켓에서 장을 볼 때 이들이 생각나 캔하나라도 더 구입하게 된다”고 성도들을 적극 독려한다.
지난 1월 시작하자 마자 꽉꽉 채워진 두개의 대형 박스는 이미 SD푸드 뱅크로 전달됐고 지금은 2차 드라이브를 실시하고 있는 중. 캔음식이나 마른음식을 모으는 통과 페이퍼 타월, 기저귀 같은 물건을 모으는 통으로 구분해 놓은 드라이브 박스는 친교실 문앞에 언제나 비치해 둬 오가는 교인들을 매번 환기시킨다.
이교회 담당 집사는 “물건을 전달하러 푸드뱅크에 가보니 경기가 계속 안좋아 점점 더 많은 음식과 물품이 필요하더라”며 “우리도 어렵지만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애통하겠나”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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