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코너

저에겐 꿈 같은 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늘 0 9447 0 0
저에겐 꿈 같은 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조연희 19세. 학생. 광주시 서구 화정4동

저희 집은 어렸을 때부터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옆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잘 집이 없어서 오빠와 함께 교회에 가서 자기도 했습니다. ‘죽을 만큼 돈을 벌어서 오빠를 먹여 살릴 거야’라고 결심한 게 제가 여섯 살 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절실했던 돈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중함, 하지만 그것은 커갈수록 돈에 대한 원망과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큰아빠 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해서 글쓰기 대회에 다니면서 상품 받는 재미로 지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독서 토론 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왕따로 지냈던 저는 남들 앞에선 말을 못했어요. 역시나 그 대회에 나가서도 입도 뻥긋 못 해보고 들어왔어요.

다음 날부터 선생님의 심한 구박과 아이들의 비웃음을 당해야 했고,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은 늘어갔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는 동안 저는 허구한 날 가출을 하고, 남의 돈을 빼앗고, 경찰서를 밥 먹듯이 드나드는,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비행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사는 게 싫었고 저에겐 미래라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그렇게 만든 건 어린 우리를 버린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그들과 나중에라도 만났을 때 기뻐하게 될 일 따위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장담했고, 자꾸만 제 자신을 망가뜨렸습니다.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가고 재판을 받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소년원까지 가게 되었어요. 소년원에서 저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온 걸까?’ 하는…. 결론은 제 자신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였습니다. 그곳에서 책도 읽고 미래도 생각하면서 나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고향으로 가면 다시 그 생활이 반복될 거라는 생각에 소년원 선생님께 아예 다른 지역 쉼터에 보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소년원 선생님들은 제 생각대로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쉼터에서 2년제 고등학교에 다니고 컴퓨터 학원도 다니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월간 마음수련>도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수련>은 저에게 아주 큰 경험을 하나 하게 해주었습니다. 잡지를 보다가 예전에 제가 상처 준 친구 한 명이 떠오른 겁니다. 사춘기 때, 가출을 했다가 우연히 알게 된 친구였는데, 말도 제대로 안 해 봤으면서 다짜고짜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악담을 퍼부었던 적이 있거든요. 저는 메신저로 미안했다고 사과의 글을 남겼습니다. 그 친구는 물론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답장이 왔습니다.

<난 너의 그 말 때문에 그 이후로 친구도 못 믿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도 못 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 그 친구가 과연 나의 사과를 받아줄까 싶었지만 막상 그 답장을 받자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여전히 제 욕심만 채우려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과를 하면서도 그 친구의 아픔보다는 ‘나의 사과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 친구는 제가 한 한마디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거부하며 외롭게 지냈는데 말입니다.

너무나 미안하고 더욱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사과를 했고, 그 친구도 결국 제 사과를 받아주었어요. 요즘은 연락도 자주 하면서 지냅니다. 그 일 이후 세상도 아주 달라 보였습니다. 무슨 자격증이든 어떻게 해서든 다 따게 해주려는 쉼터 선생님부터 단골 PC방 아저씨까지, 사람들의 따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전 누구 한 사람의, 무엇 하나로 변한 것이 아니라 이 계절과 이 풍경과 지나가는 사람들, 앞집 개, 그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크다면 큰 모든 것을 보고 지금 이곳까지 온 거였습니다. 2011년부터는 남들에게 그동안 상처 줬던 나쁜 마음들을 스스로 치료하고 싶습니다. 어른들에게 질리도록 듣던 말이 “사람은 꿈이 있어야 성장한다”였지만 저에겐 꿈 같은 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저에게도 꿈이 생겼습니다. 청소년 상담사가 되는 겁니다.

이 세상의 비행 청소년들을 안아주고, 큰 바위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햇볕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1102_19.jpg

힘든 날, 힘든 시간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 보세요.

내 마음을 버릴 때 참으로 쉴 수 있습니다.

글쓴이에게 쪽지보내기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