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게시판

왜 돌아 오면서 서로 눈물을 감추었는지.......

50대 0 1871

 왜 돌아 오면서 서로 눈물을 감추었는지....... 번호 125040 글쓴이 50대아지매 조회 1757 누리 1332 (1332/0) 등록일 2008-6-22 11:54 대문 61 추천 1

 

50대 아지매에겐 광화문이라는 '성지'의 자리에 김밥 몇 줄 싸서 참석한다는 것이 참 과분한 것이었지요.

저는 그렇게 큰 수만명의 함성을 들어 본적이 없어서 우뢰나 천둥치는 것 같은 소리에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우리 가족이 준비한 김밥 한 줄 안 드셔도 어디서 그런 충만한 힘이 솟는지......쑥스럽고 좀 수줍어서 우리 가족은 김밥 나누어주기가 참 머쓱했었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거기 있다는거......모르는 남이 만나 언제 이런 얼싸 안고 나누고 소통하고 할 기회가 있었는가 생각하면....내거 니것이 없이 서로가 오랜 친분을 쌓은 것 같은 분들이 같은 지향점을 향해 외치는 소리.....감히 저는 '천둥소리'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답니다.......

그 자리에서는 김밥을 잠시 잊고 '자폐증에 걸린 지식인'이나 '군중이 권력'이라는 좀 어려운 단어가 생각났었지요.....'군중은 단순하지만 현명하다...그것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떤 물리격으로도 그것을 제어하지 못한다..........'

두 딸내미도 많은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큰 딸내미가 아빠께 물었지요."아빠, 역사상 수십만이 모인 이런 촛불 집회가 있었어?"아빠는 말이 없었지요....

저는 아빠의 침묵을 그리고 딸내미의 질문의 속 뜻을 알아 차렸지요.아빠의 침묵은 묵시적 동조이고 딸내미의 질문은 '최초'일거라는 것에 대한 '동의의 강요' 같은 느낌.....

우리 4 가족 돌아 오는 새벽 택시 안에서 누구 하나 말을 하지 않았답니다.김밥 몇 인분이 아니라 광화문에서의 충격.....;아고라'의 참 뜻.......권력, 군중.....또 다시 나눔, 더불어 살아감......

좀 유치하지만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단어들에 대한 나름의 깊은 고뇌와 되돌아 보면서 참여하고 곁에,저 함성 속에 좀 더 일찍 많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자신에 대한 성찰같은것......

우리 가족은 모두 창 밖만 바라보고 집으로 왔답니다.

서울대 들어간 큰 딸을 앉혀 놓고 서울대 망국론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던 애미.......

입학식에는 아예 가지도 않고 '빛이 되지 말고 소금이 되라'고 책상 머리 맡에 메모를 남겨둔 그 때.......

벌써 졸업 반이 되고 못나고 가난한 공순이 출신 엄마랑 광화문에서 '아고라'를 이야기 했네요.......

아고라...아고라...아고라....우리 가족이 외친 함성은 우리 가족의 바램보다 훨씬 더 작은 소리일지도 모르지요.서울대 다니는 딸년을 둔 것이 부끄럽고 21세기 이쯤에서 인류가 수없이 많은 피를 흘려 이제는 더 이상의 피가 필요없어야할 지금의 세상에............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어야하다니요.............

김밥 50개...신나게 말면서 참가한 광화문......돌아 올 때는 우리 못 난 가족 그냥 서로가 말 한 마디하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고만 있었답니다........

둘 째 딸내미 전교 1등했다네요............학원 한 번 안 보내고 '니식대로 살아라 '했는데 대견하네요....

제 몰래 광화문에 몇 번 참석했나 봅니다.........

그래 '옳다면 못나도 좋다'...니식대로 살아라.......

욕심 같아서는 '촛불 집회와 민주주의의에 대하여 논하라' 뭐 이런 논술 문제 시험이나 나왔으면 좋겠네요.......

참 속물이죠?윽....근데 애기 아빠는 벌써 캔 맥주 두개 마시고 계시네요......

.저도 얼른 1개 마실랍니다.........

안주는?써프에서 그러던데요? 삼양라면 쌩으로 스프 뿌려 먹으면 안주 멋지다고........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또 거기서 뵈요~~~----

50대 아지매를 개명케 해 준 써프에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글쓴이에게 쪽지보내기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