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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즉문즉설 강연(5) 런던“성질이 더러워서 사람들과 많이 다툽니다. 어떻게 고치죠?”

오늘 강연이 열린 곳은 런던대학교 버벡(Birkbeck) 강연장입니다. 런던은 쌀쌀한 가을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캠퍼스 군데 군데 낙옆이 떨어진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연장 입구에는 주황색 어깨띠를 하고 많은 봉사자들이 찾아오는 교민들을 친절히 안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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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장, Birkbeck, University of London

 

2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큰 환호와 박수로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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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질문 내용도 모두 공감가는 내용이었고, 스님의 답변도 너무 좋아서 강연 내내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성질이 나빠서 주위와 자주 다투는 것이 고민이라고 한 20대 여성 분의 질문을 소개합니다. 특히 동생과는 서로 말도 하지 않는 사이라며 스님에게 이런 성질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질문했는데, 이에 대한 스님의 답변이 무척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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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격이 강한 편이고, 성질이 나빠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나 친구들과 많이 다투는 편이고, 사회나 가족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또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요. 그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된다’는 말처럼 ‘한국을 떠나서 해외생활을 좀 해 보자’는 생각으로 여기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비자가 만료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는 적지 않고, 성격은 강하고 의지는 약해서 ’그냥 닥치는 대로 해 보자’ 생각해도 자신이 없습니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질문자는 용어를 잘 이해하셔야 해요. 우리가 ‘아, 그거 저 사람 성격이야’, ‘그게 저 사람 성질이야’ 라고 말할 때 그 ‘성격’, ‘성질’이라는 용어는 그게 개선이 잘 될 때 그런 말을 씁니까? 개선이 어려울 때 그런 말을 씁니까?“ 

 

(대중들) “개선이 어려울 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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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게 마음대로 개선이 안 되기 때문에 ‘아, 그게 그 사람 성질이야’ 라거나 ‘아이고, 너는 그게 그 사람 성격인 줄 몰랐냐?’ 라고 말하잖아요. 쉽게 말하면 질문자가 얘기한 그 성격은 고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나요? 저는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랑 싸운 뒤로 안 보고 지내고 있고, 가족 같은 경우에도 어머니, 아버지는 괜찮지만 동생은...” (질문자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림)

 

“질문자는 동생하고 싸워서 지금은 서로 안 보고 사나 보네요?”

 

“저희 집 식구들이 다 성격이 화통해요. 그런데 제 동생이랑은 중학교 때부터 대화도 안 하고 지내고 있어요. 제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는 데도 거의 연락도 안 하고, 막상 동생이랑 보게 되더라도 말도 잘 안 하거든요.” 

 

“동생하고 말 안 하고,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 건 질문자의 삶에 아무 지장이 없어요. 그러니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내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싶어서요. 제가 항상 주위 사람들과 트러블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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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이 많으면 손해를 보지요. 예를 들어서 보통 사람은 누가 칼을 가지고 와서 ‘죽인다’ 그러면 겁이 나서 도망을 가잖아요. 그런데 성질 있는 사람은 그럴 때 오히려 윗옷을 확 걷어 올려서 배를 쑥 내밀면서 ‘찔러라. 찔러!’ 이럽니다.(모두 웃음) 이게 특이한 현상이잖아요. 성질이 딱 나버리면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그러는 거거든요. 그런 것처럼 부모든, 형제든, 친구든, 오래 사귄 사람이든, 윗사람이든, 확 성질이 나서 눈이 뒤집어지면 상황 판단이 제대로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는 성질대로 사는 대신에 손해를 조금 보면 되지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성질대로 살면서 손해도 안 보려고 하니까 문제예요. 제 말은 성질대로 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성질대로 살려거든 손해를 각오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왜 부모한테는 성질대로 못할까요? 동생하고는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데, 부모하고는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걸 보면 질문자가 100% 성질대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모두 웃음) 

 

그래도 잔머리를 좀 굴리면서 성질 피우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그 정도로 잔머리를 굴리면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요.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 있으면 성질대로 하면 좀 위험한데, 동생이야 뭐 안 만난다고 질문자 사는 데 지장 없고, 친한 친구야 만나면 좋지만 친한 친구 안 만난다고 해서 질문자가 사는 데 손해날 게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부모는 질문자의 학비 관계나 결혼 문제나 유산 문제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습니다. 질문자도 벌써 이런 관계를 고려한다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질문자가 삼성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특채로 뽑혔다면, 질문자는 삼성에 입사한 뒤로는 거기 가서 성질대로 못할 거예요.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질문자가 성질을 부려도 될 만한 데다 부리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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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성질이라는 건 고쳐지는 게 아니거든요. 안 고쳐지는 걸 고치려고 하면 나중에 ‘나는 안 된다. 내가 문제다’ 이렇게 자학증세가 생깁니다. 그럼 그게 우울증으로 갈 수도 있거든요. 그게 더 위험한 거예요.” 

 

“네. 제가 약간 그런 거 같아요.” 

 

“그러니 고칠 생각을 안 하면 돼요. 고칠 생각을 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손해를 과감하게 보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부모한테는 성질을 안 부린다는 말을 제가 듣자마자 ‘아, 대충 계산은 하고 성질을 부리는구나. 그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대신에 성질대로 해서 손실이 많다면, 다시 말해 경제적 손실이나 인간관계 손실 등 여러 가지 손실이 많다면 성질을 고쳐야 되겠지요. 그런데 성질을 고친다고 할 때도 여러분의 관점이 좀 잘못되어 있어요. 고치기 어려운 성질을 고쳐보겠다고 도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런 성질을 쉽게 고치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쉽게 고치려고 하는데 안 고쳐지니까 좌절하게 됩니다. 이미 도전을 하기 전에 ‘이건 고치기 어려운 거다’ 라고 알고 도전을 하라는 거예요. ‘고치기 어렵지만 나는 여기에 도전해 볼 수밖에 없다. 왜? 고치지 않으면 손실이 너무 크니까.’ 이렇게 첫째, 각오가 서야 됩니다. 

 

둘째, 연습을 꾸준히 오랫동안 해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은 ‘작심삼일’이라고, 며칠 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하잖아요. 성질을 고치려면 10년 목표를 세워서 해야 돼요. 며칠 만에 하려고 그러지 말고 10년 목표를 세우고, 그 10년 안에 다시 3년씩 3번 목표를 세우고, 3년 안에 다시 1년씩 목표를 세우고, 1년 안에 다시 100일씩 목표를 세우는 겁니다. ‘이번 100일 안에 성질을 다 고치겠다’ 이러지 말고, ‘이번 100일은 성질이 올라오더라도 바깥으로는 말을 안 해 본다’ 라든지, 그런데 그것도 ‘매번 안 한다’ 라고 목표를 세우면 너무 어려우니까 ‘3번에 1번은 안 해 본다’ 라든지, 또 전에는 한 번 성질이 나면 그 사람이 미워서 한 달 동안 얘기를 안 했다면 ‘성질을 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열흘 안에는 화해를 한다’, ‘1주일 안에는 화해를 한다’, ‘3일 안에는 화해를 한다’ 라는 식으로 목표를 낮춰서 잡아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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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라는 건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면 이렇게 목표를 낮춰 잡을 수가 있습니다. 100일 동안 ‘그래도 전에는 하루에 10번 화를 냈는데, 요새는 9번 낸다. 1번은 줄였다’, ‘2번은 줄였다’ 이렇게 하는 건 비교적 쉽다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스스로 ‘할 수 있다’ 하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오? 나도 되네?’ 하면서 자기가 자기를 신뢰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성질을 안 낸다’ 라고 목표를 크게 세우니까 10년을 노력 했는데도 성질이 나면 ‘아직 나는 안 되나 보다’ 하게 되거든요. 성질이라는 건 원래 의식적 노력에 의해서 고쳐지지 않아요., 다른 말로 하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 습관적으로 나오는 것이에요. 이걸 인도말로 ‘까르마’, 불교용어로는 ‘업식’이라고 합니다. 옛날엔 이게 잘 안 고쳐지니까 ‘운명’이라고 했어요. 얼마나 안 고쳐지면 운명이라고 말했겠어요? 그러니 고치려면 어려운 줄을 미리 알고 도전을 해야 되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질을 고칠 때는 각오하고 결심하는 게 크게 도움은 안 됩니다. 각오를 하고 결심을 하게 되면 자꾸 좌절이 따르거든요. 뜻대로 잘 안 되니까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알아차림’이에요. 화가 나면 ‘아, 내가 또 화가 나네’, 성질을 부려놓고는 ‘아, 내가 또 성질을 부렸네’ 하고, 거기서 조금 더 되면 성질이 올라올 때 ‘또 성질 올라온다’ 하고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성질이 난다고 성질을 따라가 버리면 손실이 따르고, 성질이 나는 걸 억지로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화가 올라오는 걸 누르니까 속에 압력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스트레스’라고 하는 거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3번을 못 넘깁니다. 그래서 “‘저게 보자, 보자 하니까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고, 저게!’ (모두 웃음) 이런 말이 있잖아요. 참는 건 대개 3번 만에 터집니다. 그런데 터뜨리고 나서는 또 ‘내가 그것도 못 참고 또 화를 냈구나’ 하고 후회를 하지요. 이렇게 성질을 내놓고는 후회하고, 또 참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나중에 또 터뜨리고, 이렇게 반복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성질을 참지도 말고, 내지도 말고, 뭐만 하라고요?”

 

“알아차리기요.”

 

“네, 알아차리기만 하세요. 성질이 나면 ‘성질이 나는구나’, 나도 모르게 성질을 내버렸으면 ‘내가 또 성질을 냈네.’ 이렇게 알아차리기만 하세요. 알아차리는 건 후회와 다릅니다. ‘안 내야 되는데 냈다’ 하는 것이 후회이고, 그냥 낸 거를 ‘냈다’라고 아는 게 알아차림이에요. 이 알아차림을 통해서 변화가 시작되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차림을 꾸준히 해서 훈련이 좀 되면 이제는 찰나찰나에 알아차리게 됩니다. 찰나찰나에 알아차리면 성질이 발동되지 않습니다. 물론 알아차림을 놓칠 때는 성질대로 가지만요. 그래서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방법이 바로 수행입니다. 명상한다고 앉아있는 것만 수행이 아니에요. 앉아있는 거야 나무토막이 제일 잘 앉아있지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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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상태를 선에서는 ‘소소영영(昭昭靈靈)하게 깨어있다’ 라고 표현합니다. 편안한 가운데에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걸 알아차리는 건데, 여기서 ‘무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모른다는 뜻이잖아요. 나도 모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을 다른 말로는 ‘무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무의식의 작용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거예요. 굉장히 예리하게 알아차림 훈련을 해야 성질이 일어나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제일 쉬운 방법은 뭐라고요?”

 

“성질대로 사는 거요.”

 

“네, 그냥 성질대로 살고 손해를 각오하는 것입니다. 이게 제일 쉬워요. 그런데 손실이 좀 크다 싶어서 조금 개선을 하려면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고, 목표를 아주 낮게 설정해서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한 100일쯤 수행을 하면 ‘내가 진짜 성질이 더럽긴 더럽구나’ 이렇게 자기성질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 3년쯤 하면 조금 개선이 돼요.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 요새 성질 좀 덜 내시네요’ 라고 말할 정도가 됩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사람들이 눈치 챌 만큼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대신에 그런 변화가 오기 전까지는 결혼은 가능한 안 하면 좋아요. 지금 질문자가 결혼을 하면 부부간에 갈등이 심해지고, 부부간에 갈등이 심해진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질문자처럼 성질이 더러워지거든요. 그것은 우선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특히 엄마로서 자식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결혼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해당이 안 되니까요.(모두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결혼을 하겠다면, 성질을 고치진 못 하더라도 성질에 대한 알아차림은 어느 정도 훈련을 해야 됩니다. 그렇게 목표를 세우면 크게 어려움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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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질문자 같은 분들은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수련 프로그램 중에 ‘깨달음의 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하면 도움이 됩니다. 깨달으려면 어떤 장벽을 차고 나가는 정신적 파워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질문자처럼 성질이 좀 더러운 사람, 뚜껑이 팍팍 열리는 사람들은 깨달음의 장에 참가하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습니다. 수련을 하면서 뚜껑이 막 덜렁덜렁 거리는 걸 스스로 보면, 자기를 많이 알 수 있게 되지요. 그래서 성질 더러운 사람들 중에 ‘깨달음의 장’에 참여했다가 사람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한번 참가해 보세요. 그러면 시집도 갈 수 있고 좋잖아요.” (모두 웃음과 박수) 

 

그냥 손해를 감수하고 성질대로 살아도 되고, 고치고 싶다면 시간을 길게 잡고 꾸준히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였습니다. 스님의 답변 내용에 청중들 대다수가 아주 높은 호응을 보였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강연이 끝나고 몇몇 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스님께서 알아차림을 여러차례 강조한 대목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라며 아주 홀가분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대부분 각오나 결심을 하다가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스님의 말씀은 새로운 관점을 잡아준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이 더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자상하고 재미있게 답변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2시간 30분이 지나고 끝마칠 시간이 되자 스님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에 대해서 긍정적여야 해요. 이건 합리화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자기에 대해 긍정적이라야 얼굴도 밝아지고 삶도 가벼워지는 거예요. 여기 와서 식당에서 일하거나 서빙을 하거나 청소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하면 이렇게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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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해서 누가 더 필요한 사람이냐? 쓰레기를 어질러놓는 사람이 더 필요하겠냐? 청소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겠냐? 밥을 먹는 사람이 더 필요하겠냐? 밥 해 주는 사람이 더 필요하겠냐? 비록 월급이 적고 지위가 낮다고 하더라도 나는 인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모두 웃음) 

 

이렇게 생각하면 사장이나 손님에 대해서 내가 도덕적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전쟁할 때는 먼저 고지를 점령하는 게 유리하다는 거 아시죠? 이렇듯 여러분들도 도덕적 우위를 점유해야 되는 거예요. 

 

제가 볼 때 여러분들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아요. 한국에 태어나 여기로 이민 와 살면서 영국 사람처럼 영어하겠다고요? 꿈도 야무지네요.(모두 웃음) 영어를 잘 못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예요. 우리가 대충 말해도 영국 사람은 다 알아듣습니다. 물론 우리가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건 문제지만요. 그러니 말할 때 주저하지 마세요. 그냥 단어만 얘기해도 돼요. 그 사람들은 다 알아듣거든요.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말을 한두 단어만 말해도 우리는 다 알아듣잖아요. 외국인이 ‘길, 불국사’ 이렇게만 말해도 우리는 ‘아, 불국사 가는 길을 물어보는 거구나’ 하고 금방 알아들을 수 있어요.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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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영국 사람처럼 말하겠다’ 하는 것 자체가 좀 잘못된 생각이에요. 이런 게 과대망상증이에요. 자기가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거예요. 좀 가볍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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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법률적으로는 모든 인간이 종교나 성별, 인종과 관계없이 평등하다고 되어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차별이 좀 남아 있잖아요. 법에 저촉이 되는 차별은 고소를 해서 시정을 해야 겠지만, 문화적으로 남아있는 차별은 어느정도 수용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성질내고 차별의식 느껴봐야 해결책이 없어요. 문화적인 건 금방 개선되는 게 아니고, 수십 년, 수백 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 이민 와서 살 때는 약간의 차별은 감수해야 됩니다. 그걸 괴로워하고 성질내봐야 자기만 손해예요. 그것 때문에 너무 괴로운 사람은 한국 가서 살면 돼요. 그러나 법에 저촉되는 차별은 바로 소송을 해서 해결을 해야 돼요. 왜냐하면 그건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니까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런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당연한 권리 찾기를 주저하거나 문화적인 문제를 가지고 계속 성질을 내거나 하는 거예요. 자꾸 성질 내봐야 자기 성질만 더러워지는 거예요. 그러니 조금 가볍게 삽시다.” 

 

조금 가볍게 살자는 당부말씀에 런던 교민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로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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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열린 강연이여서 그런지 어느 때보다 많은 열기와 호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 사인회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스님에게 찾아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스님의하루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는 인사였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온라인을 통해 스님의 법문을 듣고 조금씩 행복해져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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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사인회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런던 정토법회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연 준비를 위해 수차례 사전 모임과 답사,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강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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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정토법회 회원들

 

런던 정토법회는 매월 2주, 4주차 일요일 오후 3시 30분에 ‘Canada Water Library’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문의 : jungto.london@gmail.com) 스님은 런던 정토법회 회원들 한 분 한 분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12시에 런던 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토론토 공항에 도착합니다. 저녁 6시에 토론토 한인 문화회관에서 2016년 해외 즉문즉설 6번째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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